티스토리 뷰
목차
찌는 더위와 열대야, 훌훌 벗어 던지고 싶다. ‘옷은 도움이 안 돼!’ 여름에 인간과 옷의 관계는 소원해진다. 더도 덜도 말고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옷이 있다면 게임은 끝날텐데. 아담과 이브 이후 옷은 가림과 보호, 나아가 개성과 예의표현의 수단이다. 그래도 의복은 역시 물질인 의복일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첨단의 과학은 의복의 개념에 혁명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옷마저 가능하다는 것이다. 폴리에틸렌 글리콜 분자를 옷감으로 사용하면 스프링 모양의 분자가 감겼다 풀렸다 하면서 온도를 조절한다는 것. 몸에서 땀과 열이 나면 온도를 낮추고 피부의 물기(땀)를 빨아들이고, 몸의 온도가 낮으면 열을 내어 따뜻하게 한다. 나노 섬유를 이용하면 외부 온도가 높으면 섬유의 구멍이 열려 통풍이 되고, 몸에 해로운 물질이 닿으면 구멍이 닫혀 피부를 보호하는 지능형 의복이 된다.
실제로 미항공우주국과 미국공군은 비행사의 손을 따뜻할 목적으로 온도가 내려가면 열을 내는 섬유를 개발했다. 온도에 따라 성질이 변하는 밀랍화합물을 사용했다. 현재 겨울용 등산화와 양말에 응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입은 사람의 신체기능을 24시간 체크하여 병원으로 보내는 e-섬유 옷, 위치추적장치(GPS)가 연결된 옷, 입은 사람에게만 들리도록 컴퓨터 음악 파일을 재생하는 옷 등 기능성 의복도 한창 개발 중이다. 초미세 청소로봇을 옷에 상주시켜 세탁이 필요 없는 옷도 개발 가능하다고 한다.
세상을 물질만능의 사회로 만들었다고 비난 받았던 과학이, 오묘하게도 물질과 소유의 관계에 불과했던 의복과 인간의 관계를 인격의 관계로 변화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