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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유명 이동통신업체가 휴대폰 모기 퇴치 서비스를 발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적이 있다. 휴대폰으로 이 회사 무선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간단한 소프트웨어(모기퇴치기)를 다운받는 것으로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즈가 그 실효성에 딴지를 걸었지만, 휴대폰으로 가능한 새로운 서비스의 지평을 연 것만은 분명하다.이 서비스의 이면에 우리와 너무 친숙한 주파수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 놀라운 일이다.
주파수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자. 주기적으로 진동하거나 변화하는 전류에서, 1초 동안 몇 번이나 교류의 방향이 바뀌는지를 나타내는 수를 주파수라고 한다. 라디오, 컴퓨터 모니터 화면 등 전자제품은 물론 장난으로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에서도 주파수를 찾아낼 수 있다. 심지어 박쥐도 주파수를 쏜다. 사람이 잘 때와 활동할 때의 주파수도 달라, 사람이 잘 때는 변화의 폭이 크고, 깊어진다.휴대폰으로 다운받은 소프트웨어는 모기가 싫어하는 특정 주파수의 초음파를 발생해 모기 접근을 막는다. 사람을 무는 모기는 암컷이며, 암컷 모기는 사람을 물지 않는 수컷 모기를 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휴대폰에서 수컷 모기와 비슷한 소리가 난다면, 암컷 모기들이 그 주변에서 없어진다는 것이 이 회사의 주장이다.
주파수를 이용한 과학의 힘은 인류 최대의 숙제인 암을 조기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달 이탈리아 볼료냐 대학에서 개발한 휴대용 암 진단기가 그것이다.
현재 공항에서 사용되는 금속 탐지기와 약간 비슷하게 생긴 이 진단기는 암이 의심이 되는 환자의 몸을 간편하게 스캔해 종양을 진단한다. 원리는 간단하다. 인체의 서로 다른 조직들이 진단기에서 발산되는 마이크로파에 서로 다르게 반향을 보인다는 것. 즉, 종양 조직은 건강한 조직과는 다른 주파수 대역에서 반향하기 때문에, 암 조직을 정상 조직으로부터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진단기가 무소불위의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종양의 크기 또는 종양의 정확한 위치를 판별할 수는 없다.
이런 상상도 가능할 것 같다.
인천국제공항 당국이 금속탐지 통과지대를 이원화한다. 신청자에 한해 금속탐지대를 통과하면서 암 진단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동북아 허브 공항으로서의 경쟁력 강화에 나선 인천공항은 이 부가 서비스를 통해 대외 인지도를 높인다는 얘기다. 이런 상상은 휴대용 암 진단기가 상용화되는 세상에서나 가능한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미래의 모습일 수 있다.
아마추어 무선 햄들의 세계에서 혹은 라디오 청취할 때나 간혹 떠올렸던 주파수가 과학의 힘을 얻어 이보다 더 화려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