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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밤낮으로 기승을 부리는 한 여름. 기온이 올라갈수록 이와 정비례로 높아지는 것이 있다. 선풍기나 에어컨 가동률이 높아지는 한편, 가정에 하나 둘 비치된 냉장고 여는 횟수 또한 늘어난다. 에어컨 용량을 최대로 높인 자동차들이 도로를 점거한 것도 오래 전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더위를 피하도록 고안된 인간의 발명품이 기상변화를 일으켜 혹서, 혹한 등의 재앙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인간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냉장고나 자동차 에어컨의 냉매로 사용되는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하고 지구온난화를 촉진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1985년 제정된 몬트리올 의정서는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프레온 가스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으며, 냉매로 사용되는 프레온 가스의 중간 대체물질인 HFC-134a 역시 단계적으로 사용 금지하도록 했다.
그렇다면 냉매 = 오존층 파괴라는 원죄를 훌훌 벗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영원한 문제아 프레온 가스를 전혀 쓰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 다행히 환경친화를 내건 냉매 기술로 상용화 전망이 밝은 기술이 있다. 음파가 공기의 압축과 팽창 현상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에 착안한 음향냉각(acoustic refrigeration) 기술이 그 것이다.
음향을 이용해 냉장고와 에어컨을 가동하는 음향냉각 기술의 원리는 간단하다. 음파를 발생시켜 냉각관에서 진동시킴으로써 가스를 압축, 팽창하게 해 냉각 효과를 얻는다. 냉동장치 안의 가스는 헬륨, 아르곤, 크세논 등의 불활성 기체의 혼합물이기 때문에 설사 방출되더라도 문제되지 않는다. 스피커를 이용해 냉동기를 가동하기 때문에 소음이 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다. 전체 냉각부가 완전 밀폐돼 있어 오히려 일반 냉장고나 냉동기보다 소음이 적은 편이다.
이 기술의 장점은 무공해, 저소음 외에도 회전이나 마찰 운동을 하는 부분이 없어 유지보수가 별로 필요없고 반영구적인 수명을 가진다는 것이다. 냉각 용량을 줄이고 싶으면 스피커의 소리 크기를 줄이면 된다. 냉각 효율이 일반 냉동기에 비해 약 20~30% 낮은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지만 열 교환기를 개량하고, 음향장치를 효율적으로 설계해 효율성을 높이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음향냉각 기술은 1988년 미국에서 처음 특허가 출원된 이래 일본, 한국 등 나라에서 관련 특허가 꾸준히 출원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연구팀이 실험용 냉장고 안에 락(Rock) 콘서트에서 나오는 음량의 수 만 배에 해당하는 173 데시벨(dB)의 소리를 `냉매로 주입, 냉장 효과를 얻는데 성공함으로써 음향냉장고 시대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음향뿐만 아니라 물이나 자석을 냉매제로 사용한 냉각기술의 개발 등 프레온 가스의 완전 추방을 위한 인류의 노력이 눈물겹다.
과학기술이 환경문제 해결과 인간의 편의 도모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쾌거를 이룰 날이 머지 않았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