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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문화는 별개인가 불가분의 관계인가? 마치 별개처럼 보일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실은 그렇지 않다. 불가분의 관계에도 불구하고 서로 등을 돌린 채 있기 때문에 별개처럼 보일 뿐이다. 문화와 과학이 근본적으로 뒤엉켜있음을 증명하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다. 인쇄술과 컴퓨터의 발달이 출판문화를 어떻게 얼마나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던가? 자동차와 비행기가 인류문화를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영화와 예술은 어떠한가? 또 주거문화의 곳곳은 어떠한가? 이렇게 과학은 생활과 문화 그 자체로 엉켜있다. 그런데 이렇듯 만연한 문화에서 과학은 왜 드러나지 않는 것일까? 과학이 문화를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를 수단으로 사용하는 과학은 있는가? 희박하다. 바로 여기서 과학과 문화의 괴리가 발생한다. 과학은 그저 연구실 안에 갇힌 별종이고, 문화는 마치 과학 없이도 되는 양 과학을 외면한다. 과학과 문화의 융합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다양한 접근이 있지만 한가지 예를 든다면 과학과 예술의 연합이다. 몇 년 전 런던의 도심의 대로변에서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소재로 한 거대한 예술작품이 6개월 동안 설치된 적이 있다. 생물학자와 미술가가 함께 창작한 “생물학의 지질학”이라는 작품은 거대한 유전자 사슬, 인간 세포, 식물세포, 뇌, 정자, 난자, 뿌리 그리고 원생동물을 묘사하고 있다. 113미터 높이에 폭 3미터인 이 작품은, 제목이 암시하듯, 생물학을 지질학적인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즉 땅 밑에 무엇이 있는가가 아니라 피부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를 심사숙고하도록 표현하고 있다. 땅 속에 층이 있듯이 피부 밑에도 층이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고, 저 깊숙한 생명 암호에 이르기까지 한 층 한 층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백남준씨가 첨단 과학의 산물이나 생활도구를 소재로 전위예술을 구사하지만, 이번 게놈예술은 과학적 내용이나 지식을 예술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 크게 다르다.
대중이 그 낱낱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지라도 이렇듯 과학이 예술을 그 표현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과학과 예술(문화)의 근본적이고 우호적인 융합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